강산무진은 김훈의 단편 작품집이다.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도 된 적 있는 화장이라는 단편도 담겨있다. 대부분의
주인공이 50대의 남자로 김훈 자신이 50대 때 집필해서
그런지 비슷한 연배의 주인공을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본인이 경험한 바를 토대로 관점을
잡기가 수월할 테니 말이다.
이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전 후 베이비 붐 세대로서(대부분 50년대 생) 경제 발전의 주역을 담당 했으나, 이제는 어떤 조직으로든 퇴직을 해서 떠나야 하고, 떠난 후에는 갑자기
세상에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나 앉는 사람들의 쓸쓸한 일상을 잘 드러낸다. 또한
힘겨운 부모 부양에, 자식들로부터 집요한 재산 상속의 요구 속에 낀 체 자신의 노후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도 잘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도 중년의 사랑과 성에 관한 서술이 상당히 흥미롭다. 대부분
사회의 시선과 책임감에 가려 이들의 사랑은 잘 다루어지지 않거나 불륜의 색깔을 입힌 질 낮은 흥미꺼리 정도로 취급되는데, 이 작품들에서는 중년의 삶에도 사랑과 성이 청년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거듭 드러난다. 나 역시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중년인 만큼 이 부분에서 많이 공감하며 흥미를 가지고 읽었다.
아직 정신적 활동이야 전혀 무리가 없지만, 나 역시 육체적으로 확실히 1-2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무럭무럭 커
나가는 아이들과 노인이 되어 버린 부모님을 보면서 양 세대에 대한 책임감으로 힘든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유년기나 청년기에는
가져보지 못한 현명함과 경제적 여유가 있고, 노인에게는 없는 가능성과 체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중년이라는 시기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야말로 서글픈
상념을 극복하고 활기찬 에너지로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문학은 이렇게 나의 경험의 폭을 타자와의 경험을 통해 폭 넓게 확장해 주는 장점이 있다. 그것은 작가들의 섬세하고 예리한 인간에 대한 통찰 때문에 가능하다. 문학을
통해 더욱 나이에 걸 맞는 원숙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심을 해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