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가 헬 조선이다. 그 외로는
흙수저, 노오력 등의 말들이 있다.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을 썼다가, 잠시의 호평에 이어, 왜 청춘만
아파야 하는가 안 아프면 안 되는 거냐? 아픈데 어쩌 라구? 등의
젊은 세대로부터 반발과 혹평의 역풍에 시달린 적이 있다. 그 만큼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나드는 암울한 현실에서 기존의 기성세대가 하는 말은 충고도 위로도 다 소용 없는 부질 없는 짓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안정된 직장에 편하게 안주한 대학교수가 하는 공감이 진실된 공감일 리 없고, 일자리 주는 것도 아닌 성공한 사회 지도층이 하는 충고 질이 가슴에 와 닿을 리는 더더욱 없다.
이런 한국의 상황에 잘 맞는 소설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저자는 제목
빨로 흥행에 성공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지만,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잘 긁어 주는 감각도 결국은 재능
아닌가. 기자 출신인 작가가 호주로 이민에 성공한 젊은 세대 둘을 인터뷰하고 거기에 소설적인 허구를
덧입혀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젊은 평범한 4년제 대졸 여성인
계나 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지는 암담하고 답답한 한국의 현재와 환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쪽 방에서
잠자고 접시 닦기 하면서 맨몸으로 부딪힌 해외 이민의 현실을 절절하게 몸으로 느끼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영혼 없는 사무직을 때려 치우고 비록 몸으로 부딪히는 일을 할지언정 왜 호주 여야만 했는지는 주인공의 체험과 객관적으로 본 한국
세계에 대한 새로운 자각의 과정을 쫓다 보면 독자도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이 묘사한 한국은
‘가까이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공간이다.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고 강자를 우대한다. 그는 차별적 포함과 배제의 메커니즘으로, 담장 안쪽의 모든 이를
통제하고 순종시킨다. 자유를 영위하며 사는 줄 알았던 곳이 실제로는 거대한 사육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서 탈출을 꿈꾸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경쟁과 투쟁, 각박함으로 물들여진 세계임에도
경쟁의 공정성 마저 사라져출생에서부터 나뉜 흙 수저 금 수저 계급을 벗어날 수 없는 암담한 사회인 대한민국. 주인공의
재기 발랄한 작은 투쟁의 해답이 결국 이민이었다는 점에 나 역시 깊이 공감하면서도 씁쓸함을 금하기 어려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