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5일 금요일

사업

어제 모처럼 조전무님과 통화를 했다. 딜러 선배셨고, 주거래 브로커이셨던 분이다. 본인도 은퇴한 상태라 쉽지 않은 삶을 꾸려나가는데, 내 걱정까지 해주셨다. 고마웠다. 직업을 잃고 나면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남자들의 삶이란 대게 직장이나 조직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몸담고 있는 조식에서 떨궈지면 상당히 막연한 상태가 된다. 우리나라는 호칭이 자기 조직의 직급으로 되어 있다. 외국은 그냥 Mr.하고 뒤에 성이 오지만 한국은 성 뒤에 무슨 부장님 상무님 뭐 이런 호칭이 따라온다. 나는 직장을 그만 둔지 오래지만 지금도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전직장의 호칭을 부른다. 직장을 그만두고 최근에 새로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내가 남을 가르쳐 본적이 있던가? 재미있는 호칭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전무님이 다른 딜러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퇴직하거나 은퇴한 딜러들이 주로 개인딜을 한다고 했다. 집에서 컴퓨터 켜놓고 환율이나 주식 인덱스를 가지고 개인계좌로 트레이딩을 하는가 보다. 기관딜러로 그 비싼 정보단말기를 활용해 딜할때 조차 이제는 정보나 분석의 edge가 별로 없어서 힘들다고들 하는데, 개인으로 무료 인터넷 포털만 보면서 그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대부분 딜러들이 그렇게 한 1-2년 해보다 안되 나가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는 무엇을 하고 있냐고 했다. 이 질문이 갑자기 사무쳤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주식하면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준비된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그 대답이 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주식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그 일을 내 사업으로 삼아 먹고 살고 있다는 얘기인데, 과연 내가 그 사업을 사업답게 하고 있었는가? 이런 질문이 하루 종일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사업은 일과 업이 결합된 말이다. 일이기도 하지만 내 업보기도 하다. 업이라는 것은 내가 지은 인연이 내 삶 속에 운명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내가 과연 그 정도로 몰두했는지 반성해 보았다. 영어로는 직업을 calling이라고 한다. 하늘이 내게 내린 소명이라는 뜻이다. 어떤 개념으로 봐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정도로는 많이 미흡하다는 반성을 했다. 주식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업답게, 소명답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 다짐을 통해 매일 새롭게 다져지기를 기원한다.
자식을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독립이다. 맹수는 자식이 첫 번째 사냥을 성공하면 매몰차게 보금자리에서 몰아낸다. 스스로 먹고 살 힘이 생겼으니 자신의 길을 찾으라는 뜻이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는 직장을 잡으면서 부모로부터 떠났고, 내 가정을 갖고 꾸려 살고 있다. 직장이라는 것도 나의 독립을 위한 거처일 뿐이지 여기가 궁극적으로 내가 머물 자리는 아니다. 오너 빼고 죽을 때까지 조직에 몸담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기 가정이라는 것이 없이 홀로사는 천주교와 불교의 성직자만이 조직 안에서 삶을 마무리할 뿐이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내가 조직에서 떠난 것은 시기가 다소 일렀을 뿐, 제대로 된 여정을 지나는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제대로 된 마음가짐이 부족했을 뿐이다.

숫타니파타의 구절로 마지막을 대신한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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