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서평;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 신순규.

(감상평)
처음에는 그저 9세에 영구히 시력을 잃은 시각 장애인이하버드를 졸업하고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 호기심이 발동해 책을 집어 들었다어깨 축 늘어져 있는 지금 내게 이런 용기를 주는 책이 필요했다.
나와 비교도 안될 만큼의 악조건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는 용기와 힘 이런 것들을 내가 얻어듣고 배우고 싶었다가장 좋은 위로는 나보다 힘든 사람에게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그에 더불어 내가 어떤 마음 가짐으로 세상의 고난과고통을 맞아들여야 하는지도 알게 해 주었다.
저자는 9살에 시력을 영원히 잃고 안마사나 점술가로 평생 살고 싶지 않아서울대 입학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큰 꿈을 꾼다그러나 15세 때 어떤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이라는 더 큰 기회를 부여잡고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버드 입학이라는 꿈을 이룬다순전히 점자책만으로 공부해서 거기까지 성취해낸 그의 집념과 불굴의 정신이 놀랍다그에 머물지 않고 앞도 보지 못하는 그가 월가의 애널리스트에 도전해 지금은 투자은행의 선임 애널리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것은 고난이 아니라꿈을 꾸지 못하거나 목표에서 눈을 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그 말을 내 가슴에 깊이 새겨 본다.
정신과 영혼을 건강히 가꾸고 벼리면 육체적인 한계는 아무것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저자의 가르침은 중년을 향해 가는 나이를 보며 의기 소침해지는 내게는 신선한 충격 이상이다.

간만에 정진이 번쩍 드는 책을 읽었다.

(주요 구절)
l  그런데 터무니 없는 꿈을 좇는 것에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서울대에 입학하려면 공부는 누구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l  그래서 나는 많은 학생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꿈을 클수록 좋고,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어야 한다고.
l  나는 슬플 때는 많이 슬퍼하고, 힘들 때는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좀 더 나은 내일과 다음 주를 기약하며 언젠가는 밝아질 미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얻은 것이었다.
길을 가다 보면 돌아가야 하는 때도 있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 때도 있다. 아예 목적지를 바꾸어 가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는 것이다. 끊임없는 커브길, 오르내림이 심한 언덕길, 그리고 장애물이 수두룩한 위험한 길이 우리 앞에 나타날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험난한 길 위에서도 자신감과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l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성공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는 있겠지만, 세상에는 계획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아주 많다는 것을 나는 늘 잊지 않으며 산다. 왜냐하면 나의 꿈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된 일이 나에게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l  배워서 남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학교에서나 삶에서 배운 것들이 쓸데없는 듯 여겨져도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
l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한다. 책을 열심히 읽고, 매일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일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에 따르는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삶을 살다 보면 또 생각지 못했던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상상을 가끔 하면서 말이다.
l  목적에서 눈을 떼면 보이는 것은 장애물 뿐이다.” – 빈스 롬바르디(그린베이패커스 미식축구 감독)
l  또 양엄마는 삶의 중요한 것들은 적당히 하는 것보다, 남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또 아무리 많은 것을 안다 해도 남에게 그것을 전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무엇을 하든지 꼭 필요한 능력은 표현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l  모든 아이를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이 부모의 목표는 아니다. 아이들에게 불가능한 것을 추구할 자신감을 주고, 자기생각을 드러낼 표현력을 훈련하는 일이야말로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라고 나는 믿는다.
l  나의 직업 선택의 기준; 1. 평생 혹은 아주 오랫동안 할 일이라면 우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겠다.
2. 나의 이상적인 직업에 관한 두 번째 기준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3. 내가 추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직업 만족 기준은 일이 가져다 주는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l  왜 많은 사람들이 증권으로 돈을 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권에 손을 댔다가 큰돈을 잃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전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무리를 따라가고 싶다는 본능적인 유혹 때문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석에 따라 얻어낸 주식의 본래 가치를 잊었기 때문이라고.
l  투자에 필요한 세가지 요인이 있다.
1.     투자자라면 주식 소유 기간이 비교적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주식에 투자할 때는 짧으면 5, 이상적으로는 10년 정도는 묶어 놓을 수 있는 돈으로 해야 한다.
2.     어떤 이유로 주식을 매각할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3.     분석할 때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결국 증권 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없는 대상에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듯 하다.
l  우리와 같이 우리가 될 수 없는 이들을 같은 인간으로 받아주고, 그들의 생각과 소망을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더 많은, 더 큰 장벽을 만들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2015년 12월 16일 수요일

서평- 다산1,2 - 한승원.

내게는 힘든 시기와 시련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내게는 힘이 주는 책들이 있었다. 요즈음에 나름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참에, 나를 지탱할 힘을 얻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 , 일 한자 문화권에서 가장 많은 저작을 저술한 작가가 다산 정약용 선생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자로 최대 저작을 한 작가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탄생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저작의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도 인정받는 것이 다산의 저작이다.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호치민이 유언으로 무덤 속에 넣어달라고 했다는 서적이 목민심서라고 전해진다.
이상하게도 걸작들은 인간으로서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시련들 속에서 탄생한다.
사마천의 사기가 남자로써는 사형선고보다 치욕스러운 궁형(거세형)을 딛고 탄생했듯이,
다산의 주요 3부작을 비롯한 대부분의 저작들은 남인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진 신유박해(1801) 이후 18년의 강진 유배기간 중에 탄생했다.
40 초반의 사내에게 20대 초반에 잠시 믿었던 천주교를 고리로 해서 18년을 유배 보낸 조선의 못 된 패거리 정치 농간이 한 시대를 이끌 거대한 인물을 시골 구석에 처박는 만행을 저질렀다. 조선이 망한 것은 이렇게 많은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한승원 작가는 13년간 귀향하여 자산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우리 말로 단순히 글을 썼다라는 표현으로는 아쉽고, ‘글을 빚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티가 난다. 그 만큼 이 책에는 다산의 철학, 인생관, 종교관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 볼 수 있다. 이 책을 세 번째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른 것은 이 책의 깊이가 그 만큼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을 때처럼, 내가 한국어를 잘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주는 대작이다.
이 책에서는 정적들로 가득 차있고, 눈 밝은 지식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절망 밖에 없어 보이는 조선 말기의 부패와 무능에도 불구하고, 왜 좌절하지 않고 주옥 같은 글들을 다산이 쏟아 냈는지 그 이유들이 나온다.
그것은 유학에서 말하는 선비는 사업으로 깨달음을 완성한다라는 중심 사상으로 인해서 이다. 다산은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하는 실학 사상의 선구자중 하나지만 본분은 유학자이다. 여기서 사업이란 세상을 좋고 이롭게 바꾸는 학문적인 노력이라고 유학에서 정의하는데, 눈 밝은 지식인인 다산이 그런 본분을 잊지 않았기에 인해 혼탁한 시기에서 글 쓰기를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혼탁함을 도덕적으로 옳고 바른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강직한 열정이 그런 다작을 이끈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런 깨달은 선비는 하늘에서 천명을 받았기에 그런 올곧은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데, 다산은 천주교 사상에도 깊이 영향 받은 까닭에 하느님께서 내리신 소명으로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이해한 것이다.

하루하루 그저 별 이유와 생각 없이 살아가는 내게 밝은 등대와도 같은 뚜렷한 길을 제시해주는 다산이 있어 내가 곧추 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책은 그런 다산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