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서평 –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

영화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나름 자신의 취향인 영화에 대해서는 뚜렷한 비평을 할 수 있을 만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흔히들 영화를 통속적이고 상업적인 예술로 분류한다.
그로 인해 누구나 한 두 마디씩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사회학적 문화 인류학적인 코드까지 발견해 내기는 쉽지 않다. 기분 풀러 가서 그런 사고를 하기 쉽겠는가?
그게 되려면 적어도 일단은 무척 진지해야 한다. 또한 사회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예민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저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두루 갖추어져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영화 평론을 하는데 있어 위에 언급한 요소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저자는 50년대 한국 전쟁 후의 페허 속에서 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자면 도저히 흑백의 그로테스크한 색깔로 밖에 표현이 안 되는 황량한 현실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 때 그에 대비되는 삶의 위안이자 아름다운 이상향의 세계였던 영화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저자가 영화에 대한 사랑이 무척 깊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영화에 대한 이런 매니아적 사랑은 안정효의 ‘헐리웃 키드의 생애’에 나오는 주인공들 생각나게 한다.
이 책에 인용된 영화의 양도 상당 하지만, 그 방대한 수의 영화들을 비슷한 주제로 묶여 내고 분류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뽑아 친절하게 풀어낸 점 역시 대단하다.
특히 내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흔히 통속 영화라고 가벼이 여기는 블록 버스터와 B급 코메디 영화에서 마져 문학 못지 않은 강한 의미와 감동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단순하게 스트레스나 푸는 SF 블록버스터로 생각했던 프레데터, 에일리언, V 시리즈를 통해 미국으로 끊임 없이 유입되는 이민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편함과 불안함을 읽어낸 점이나,
시원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웅담이라고 생각했던 다이 하드1 에서 주된 배경이 거대 일본 다국적 기업 빌딩이고, 그 회사로 인해 멕클레인의 가정이 해체되는 상황 (아내가 회사 근무 때문에 남편과 별거 상태임)에 이르렀다는 설정을 보면서, 이는 일본의 경제적 성장에 대해 미국인들이 느끼는 위협과 두려움을 나타낸다고 해석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도 영화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 영화는 순수 예술에 가깝고,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는 통속적이고 예술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순수 영화일 지라도 예술적 가치는 문학과 고전 음악 등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고도 생각 했었다.
그러나 영화와 문학 모두 뛰어난 창작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내는 활동이고, 그 목소리와 주장에는 만든 이가 처한 사회 문화적 환경이 깊숙히 베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영화는 문학의 또 다른 이름이다 라는 저자의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사람은 책을 통해 삶을 자기 삶을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이제는 단순히 스트레스나 풀고 쉬기 위한 killing time으로서 영화를 넘어서서, 세상의 중요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서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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