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3일 수요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임순례 감독


언제나 내게 흐뭇한 미소를 안기는 영화가 있다면 그 중 단연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꼽겠다. 낯 설고 정말 평범하게 생긴 배우들이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고, 성공한 자들과 조폭에게 이미 장악 당한 한국 영화의 진부한 소재 속에서 도드라지는 밤무대 밴드들과 그들이 보여주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장면들은 애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 이 번에는 여자 핸드볼이라는 역시 자세히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소재를 가지고 나타났다.
80년대부터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 하키 그리고 양궁은 그냥 메달을 따와야 하는 종목으로 생각 했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이건 상식적으로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기적과도 같은 현실임을 알 수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을 포함 3연패를 달성한 덴마크는 여자 핸드볼 프로팀만 30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실업팀만 달랑 5개. 억대 연봉에 훌륭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춘 호화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건장한 서양 선수들 사이에서 작고 약한 한국 여자 선수들이 오로지 투혼 하나로 이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줘 온 것이다.
아테네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 중 몇몇은 팀이 해체 되는 바람에, 생계를 위해 운동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던 중에 소집되어서 훈련을 받기도 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유럽에서 벌어진 경기라 심판들의 일방적인 판정,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체격과 힘의 차이 에서 오는 불리함 속에서도 이들은 2차 연장전까지 무승부로 가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2차 연장전에 다리가 풀려서 발목이 꺾이는 선수도 간혹 보인 걸로 봐서 진정 모든 것을 소진한 상태였다고 생각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언제 였을까라는 나의 중요한 하나의 화두에 대한 실마리를 몸소 보여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TV가 없어서 스포츠 경기는 전혀 안보지만 오늘 부로 나는 여자 핸드볼 팬이 되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내 가슴에 깊은 여운으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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