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5일 일요일

공룡에 대하여.

2006년, 내 생에 제대로 된 첫 작품 어진이가 세상에 난 이후 난 많은 것을 배웠다.
생후 8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시작된 앉았다 일어났다 수 천회. 그걸 통해 우리가 두발로 걷는 다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 피나는 노력의 결과임을 알았다.
발음도 모호한 하루 종일 이어지는 옹알이 끝에 탄생한 두 단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라는 단어는 국어에서 말하는 순음(입술음)인데, 순음이 인간이 가장 내기 쉬운 소리형태이며, 엄마 아빠라는 단어는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순음으로 이뤄졌다는 놀라운 공통점도 알게 되었다. 특히 ㅁ 이 ㅂ 보다는 발음이 쉬운데 세상의 모든 엄마는 ㅁ 을 가졌다. 모든 인간이 생애 처음 불러본 그리운 이는 엄마였던 것이다.
그리 쉬운 단어를 하는데 어진이가 한 노력은 내가 보기엔 혀와 입근육에 경련이 일정도의 연습량이었다. 그 이후 나는 내 영어가 잘 늘지 않았던 것이,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슴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몇 가지 깨달음을 얻고 나서는 나는 어진이를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던 타성을 다 다시 무너뜨리고 새롭게 바라 보게 하는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 어진이는 공룡에 푹 빠져있다.
호기심은 키우고 채워 주자라는 교육관을 갖고 있는 나는 공룡에 관한 책 놀이기구를 사주었고, 그로 인해 공룡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공룡은 한반도에 대략 기원전 1억 8천만전 전부터 8천 만년 전까지 살았던 파충류이다.
그런데 이들의 진화과정이 놀랍다.
처음에는 고만고만한 초식동물로 출발했는데, 개체 수가 많아지자 지들끼리 잡아먹는 육식공룡이 출현한다. 그러자 이 육식동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몸집을 키운 거대 초식동물이 나타났고, 이들을 사냥하기 위해 육식동물도 거대해졌다.
결국 초식동물-육식동물-초식동물의 거대화- 육식동물의 거대화 이런 메커니즘을 가지고 진화했다. 그러다 보니 커다란 몸집에 비해 뇌는 작았고, 급작스런 생태계 변화(화산폭발에서 나온 화산재가 태양을 가리게 되 찾아온 빙하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멸한 것이다.
그나마 그 거대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익룡(나는 공룡), 도마뱀류의 일부가 도마뱀 새로 남아 예전의 공룡의 모습을 짐작하게 해 줄 뿐이다.
초기에 생계를 위해 시작된 산업이라는 것이 점점 생존을 위해 거대화 되면서 탄생한 부의 양극화. 하루종일 일하고도 기초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상상도 못할 부의 크기를 키우는데 매진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이 세상이 공룡 멸종직전의 백악기에서 배워야 할 건 없을까.
씁쓸한 마음으로 어진이의 공룡도감을 닫는다.

2009-1-25 설전날 쓰다.